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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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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HLETE

다시 시작 될 ‘코리안좀비’의 서사시

Editor Kim Ji Won   Photographer Park Min Ji   Designer Lee Min Seo

한 파이터가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진흙탕 싸움에서 살아남기도 했고 호적수를 일합(一合)에 제압하기도 했다. 상대와 뒤엉킨 가운데서도 끝끝내 먼저 일어서는 건 그였다. 강인하고 대담했으며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그의 투쟁심은 언제나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런 그가 외부적 요인과 국가의 부름을 받고 옥타곤을 떠난 지 약 3년 반. 그 사이 몇몇의 이탈과 합류가 있었지만 여전히 옥타곤은 뜨겁다. 열정의 화신인 그는 이 뜨거움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결국 오랜 공백 끝에 죽지 않고 돌아왔다. 좀비처럼 그렇게.

긴 잠에서 깬 ‘코리안좀비’ 정찬성이 옥타곤에 재입성한다. UFC는 작년 12월 “정찬성이 UFC 파이트 나이트(UFN) 104의 메인이벤트 카드로 경기한다”고 발표하며 정찬성의 복귀를 공식적으로 알렸다. 1282일 만의 출전이자 부상 및 병역 의무 등 긴 공백을 이겨내고 돌아오는 정찬성에게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는 건 당연지사다. 지난달 4일 그가 운영하는 코리안좀비 MMA 체육관에서 열린 정찬성의 복귀 기자회견은 그러한 관심을 증명하듯 수많은 언론 매체들의 방문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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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이 오실 줄은 예상을 못해서 저도 많이 놀랐어요. 이제야 좀 긴장이 되고 실감이 나네요. 그래도 팬들이 기대를 많이 하고 계시다는 증거니까 무척 감사한 일이죠”

정찬성의 마지막 경기는 지금으로부터 3년 6개월 전 조제 알도와의 UFC 페더급 타이틀매치였다. 당시 정찬성은 ‘7초 KO’, ‘UFC 최초 트위스터 승리’ 등 굵직한 경기들을 쏟아내며 페더급 랭킹 3위까지 올라갔고 알도의 챔피언 벨트를 뺏어올 수 있는 찬스를 잡았으나 결과적으로 획득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적수가 없다’고 평가받던 알도와 백중세로 맞섰고 경기 중 어깨가 탈구되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벌인 정찬성은 많은 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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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애 가장 아쉬운 경기죠. 패배하고 많이 슬펐어요. 그런데 또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많이 어리지 않았나 싶어요. 준비 상태라든지 제가 갖고 있는 마인드 같은 것들이 챔피언에 오르기엔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정찬성은 긴 휴식기를 가진다. 입대 전 고별 무대가 될 수도 있었던 아키라 코라사니와의 경기는 정찬성의 어깨 염좌로 무산됐고 이후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기간을 가졌다. 오랜 시간, 경기장을 떠나있던 만큼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 등 많은 것들도 함께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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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일들이 있었죠. 결혼도 했고 은서와 민서, 두 딸이 태어나면서 한 가정의 가장이 됐어요. 예전에는 제 자신을 위해서 싸웠는데 이제는 가족을 위해서 싸운다는 게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싶네요”

전성기를 구가한 20대 시절, 상대와 격렬하고 다이나믹한 난타전을 즐기는 그의 경기스타일은 하늘을 찌를 듯한 인기를 안겨줬지만 그럴수록 정찬성의 몸은 성한 날이 없었다. 때문에 30대에 접어들며 어느 정도 노련함이 생겼을 정찬성이 어떻게 경기 방식의 변화를 줄지도 팬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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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저는 바보 같은 면이 있었어요. 관리를 하면서 운동을 했어야 됐는데 어렸을 때는 그걸 몰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 부상도 많이 당하고 수술도 많이 했었죠. 그런데 30대가 되니까 정신적으로 강해지면서 지금까지 축적된 노하우를 잘 활용하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알게 됐습니다. 최적의 몸 상태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경기 때는 언제나처럼 몸 사리지 않고 화끈하게 할겁니다. 저는 ‘코리안좀비’라는 수식어가 이름보다도 좋거든요. 좀비는 좀비답게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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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화끈한 경기를 공언한 그는 다가오는 5일 미국 휴스턴 도요타센터에서 열리는 UFN 104 메인이벤트에서 데니스 버뮤데즈를 상대로 성공적 복귀의 서막을 연다. 소집 해제 후 탄탄하게 짜인 훈련 스케줄을 소화하며 몸을 만든 정찬성에게 상대적으로 짧아 보이는 준비 기간은 문제가 되지 않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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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날짜를 좀 뒤로 미루고 싶었어요. UFC측에 ‘상대도 상관없고 5라운드 경기라도 상관없으니 준비기간만 조금 더 줄 수 없느냐’고 문의도 했었죠. 그런데 그쪽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보는 경기에 널 세우고 싶다. 네가 꼭 이 메인이벤트에 서줬으면 좋겠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UFC도 일정들이 꽉 짜여 있잖아요. 제 마음대로만 할 수는 없는 거니까 당연히 이해했고 결국 제안을 받아들여서 즐겁게 훈련했습니다. 또 막상 준비해보니까 그렇게 짧은 기간도 아닌 것 같고 딱 좋은 것 같네요”

그가 다시 한번 ‘UFC를 열광 시키는 선수’가 되기 위해선 이번 버뮤데즈전이 매우 중요하다. 복귀 후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에 따라 앞으로 그의 행보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 그러나 페더급 랭킹 8위의 강자이자 정찬성이 UFC에서 한 번도 상대해보지 않은 강력한 레슬러 타입의 버뮤데즈가 복귀전 상대치고는 너무 강하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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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랭커다운 실력을 갖춘 선수죠. 복귀전 상대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공백기 동안 제가 연습해 온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상대로 제격이죠. 그리고 UFC 선수라면 그 정도 레슬링 기술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레슬러 타입이라고 피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위로 올라가려면 한 번은 만나야 될 선수니까요. 크게 걱정되지는 않습니다”

정찬성은 지난달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결전의 장소인 미국으로 향했다. 오랜 공백에서 깨어난 ‘좀비’가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공이 울리기 전에는 쉬이 예상할 수 없다. 그러나 멋진 경기를 보여줄 거란 확신은 그가 정찬성이기 때문이다. 그가 한 번이라도 우리를 실망시키는 경기를 펼친 적이 있었던가. 어떤 형태로 경기가 진행되든 후들거리는 두 다리를 곧추세워 먼저 일어나는 선수가 정찬성이라는 믿음은 이번에도 유효할 것이다.

“부담…안된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죠. 그렇지만 언제나 부담감을 이겨내 왔고 이번에도 이길 자신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이겨내겠습니다”

*5일(한국시간) UFC FIGHT NIGHT 104 메인이벤트, 정찬성 VS 버뮤데즈. 정찬성 선수의 성공적인 복귀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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