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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이 쓰는 ‘2017운수 좋은 날’

서진솔 | 사진 아디다스 제공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 속 가난한 인력거꾼 김첨지의 독백이다. 어느 날 찾아온 뜻밖의 행운에 최고의 하루를 보낸 그에게 하루의 끝은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을 맞이한 최악이 되었다. 인생은 늘 그렇듯 행복을 주목하고 있으면 다른 곳에선 불행이 기다리고 있는 모순적인 장면으로 가득한 걸까? 독일에서 7번째 시즌을 보낸 구자철의 이번 시즌은 마치 김첨지의 운수 좋은 날과 같았다.

#운수 좋은 시즌

구자철은 2015-2016시즌 아우크스부르크 소속으로 27경기에 출전해 8골 1도움을 기록했다. 폭넓은 활동량과 안정적인 플레이를 앞세워 아우크스부르크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기 때문에 구자철이 보여줄 다음이 더 기대됐고 그 기대에 부응하듯 시즌 시작 전 이탈리아 쥐트티롤과의 프리시즌 친선 경기에서 멀티골을 뽑아냈다. 이어서 아우크스부르크의 2016-2017시즌 첫 공식 경기인 DFB 포칼 컵 1라운드 경기에서 첫 골을 터트리며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말 그대로 운수 좋은 시즌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어려움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숨어 있었다. 지난해 11월 종아리 부상을 당해 3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올해 2월 5일 베르더 브레멘전에서는 1골 1도움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지만 발목 부상으로 또 전력에서 이탈했다.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어 보였지만 2달 후 결국 다시금 무릎 인대 파열이라는 부상으로 시즌 아웃 되고 말았다. 팀을 강등에서 구해내고 핵심 선수로 활약한 것에 비해 23경기(교체 1회)에 출전, 2골 3도움의 성적은 구자철이라는 선수에겐 아쉬운 성적이었다.

“이번 시즌은 여러 가지로 굉장히 아쉬웠어요. 공격포인트를 많이 올리지 못해 아쉬웠고, 부상 같은 경우에는 이제는 누구를 원망하고 싶지도 않아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믿고 싶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 김첨지의 끝이 아내의 얼굴에 닭똥 같은 눈물을 떨어뜨리며 허망함에 쏟아낸 푸념이었다면, 구자철의 운수 좋은 시즌 끝은 아쉬움을 토로하는 허망함과 좌절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다짐이었다. 구자철은 4월 21일 쾰른전에서 부상당한 무릎인대의 치료를 위해 한국으로 귀국해 재활에 몰두하고 있다.

“천천히 재활하고 있습니다. 현재 회복 상태는 70~80% 정도예요. 근력이 많이 약해졌기 때문에 근력을 채울 수 있는 훈련에 집중하고, 조깅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러닝을 시작하고 그다음에는 공을 갖고 할 수 있는 훈련을 계획하고 있어요. 휴가 기간에 쉬는 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재활에 신경 쓰면서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가대표 구자철

이번 시즌은 아우크스부르크 소속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국가대표 구자철로서도 아쉬운 한 해가 되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노리고 있다. 4승 1무 2패 승점 13점으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승점 1점 차로 우즈베키스탄에 추격당하고 있다. 월드컵 본선행을 두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한국 국가대표팀에 구자철은 대체불가에 가까운 중요한 선수다. 하지만 부상으로 인해 러시아 월드컵 진출의 분수령이 될 카타르 전에서 국가의 부름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슈틸리케 감독님이 독일로 찾아오셔서 오랫동안 대표팀에 관해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함께 문제점을 논의하고 소집에 관해서도 소통을 했기 때문에 이번 소집을 기대했는데 그 와중에 부상을 입었죠. 대표팀에 합류할 수 없다고 스스로 받아들였을 때는 많이 아쉬웠습니다.” 

대표팀 제외를 이야기하는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월드컵 진출 불확실이라는 대표팀의 현재 상황 앞에서는 달랐다. 입에서 ‘위기’나 ‘걱정’과 같이 부정적인 의미를 포함한 단어들이 나올 법도 했지만 대표팀을 이야기하는 구자철의 표정과 목소리는 의외로 밝고 힘이 들어가 있었다.

“대표팀의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줄 수 있는 좋은 선수들과 고참 선수들이 대표팀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대표팀의 월드컵 진출에 위기설이 있지만, 저희 대표팀이 가지고 있는 정신력은 남다릅니다. 부족하고 무너질 수 있는 순간에도 끝내 버텨내는 그 정신력이 저희 대표팀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고비를 넘기기 위해 힘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시

축구의 얼굴은 다양하다. 잔디 위에서 벌어지는 격투기인 동시에 바둑이기도 하고 하모니가 필요한 오케스트라이기도 하다. 선수들 사이 거친 육탄전이 벌어지는 동시에 그 안에는 치열한 두뇌 싸움이 숨겨져 있기도 하고, 11명이 골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선율을 맞춰가며 움직이기도 한다. 여기에 관객들의 뜨거운 열기가 더 해지면 축구장은 복잡한 비일상의 공간으로 변한다.

비일상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절대적’인 것은 없다. 세계적인 명성의 스트라이커도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흔한 일이다. 그런 복잡함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세계에서 구자철은 이적, 임대, 부상이란 경험을 거듭하며 살아남았고 나름의 준비하고 다시 시작하는 법을 배웠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구자철이 2017-2018 시즌 다시 초록색 비일상의 공간 속으로 들어가 펼칠 정말 운수 좋은 시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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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HLETE

팬톡 2 | 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 남자 축구덕후 ‘김민찬’ 

팬들의, 팬들에 의한, 팬들을 위한 시간
전국의 스포츠 덕후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ATHLETE ‘팬톡’

<축덕 김민찬 씨의 자세한 이야기는 영상에서 확인하세요.>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축구에 대한 열정만으로 이 자리에 온 남자 김민찬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Q. 축구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2002년도 월드컵 때부터 좋아했던 것 같아요. 저는 그 때 초등학교 5학년 때 였는데요. 축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를 때 그냥 엄마 아빠 따라서 거리응원 갔다가 그 열기와 함성에 빠져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현재 지금까지 축구 아니면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축구만 보고 살아왔습니다.

Q.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가 있다면?

네. 먼저 국내 K리그와 해외 리그로 나누고 싶은데요. 국내 K리그는 축구 수도 수원의 대표적인 팀. 수원 삼성 블루윙즈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해외 리그에서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첼시 응원하고 있습니다.

Q. 그럼 그 팀 중에서 좋아하는 선수를 한 명씩만 뽑아주신다면?

아무래도 수원 삼성의 특급 골잡이 조나탄 선수를 꼽고 싶은데요. 작년에 이적와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며 수원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리고 K리그 이외에 해외축구에서는 아무래도 첼시의 드록바 선수를 꼽고 싶습니다.

첼시에 없어서는 안되는 드록바 선수는 골을 넣어줘야 할 때마다 골을 넣어주면서 챔스 우승도 이끌면서 첼시 중흥기를 보낸 그 선수 중 한 명이라고 생각됩니다.

Q. 마지막으로 축구에 대한 매력을 어필해주신다면?

네. 솔직히 야구보러 야구장 많이 가시는데 축구 보러 축구장은 안 오시는 것 같더라고요. 이것이 비단 축구가 재미없어서 뿐만 아니라 뭔가 모르게 저희 축구라는 자체가 대한민국 국대 축구만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프로축구도 프로야구만큼 충분히 스토리있고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일단 경기장 오셔서 응원석에서 같이 응원하다 보시면 어느새 그 팀에 매료되어서 빠지게 될 것 입니다. 꼭 가까운 축구팀. 가까운 경기장을 찾아서 경기를 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애슬릿미디어의 새 코너 ‘팬톡’의 두 번째 주인공

축구 덕후 ‘김민찬’님의 인터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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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슬릿vol.0_홈페이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Monthly ATHLETE]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PC사용을 권장합니다.)

애슬릿미디어가 발행한 콘텐츠를 놓치셨다고요? 일일이 찾아 들어가서 보기 곤란하신 분들을 위해 한 달 동안 애슬릿미디어가 발행한 콘텐츠를 모아 모아 웹진 [Monthly ATHLETE]을 만들었습니다.

1월 한 달간 발행한 애슬릿미디어의 콘텐츠들은 무엇이 있을지 [Monthly ATHLETE]을 통해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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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의 위대한 선방이 그만의 운동법에서 나온다던데?

Director Jeong Seong Hoon Editor   Kim Ji Won

Photographer Lee Yong Han, Park Min Ji   Designer Lee Min Seo

각각의 고유색을 가진 운동들을 한묶음으로 종합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장소와 때, 그리고 사람에 따라 그 목적과 활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그 근간은 폭발력의 원천인 Power, 민첩함과 순발력으로 대표되는 Speed, 신체의 가동성을 이끄는 Mobility로 크게 정의 내릴 수 있다. 애슬릿미디어는 각기 다른 포커스에 맞춘 ‘나를 넘어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다 효과적인 Power-Speed-Mobility 향상의 운동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매달 당신을 찾아갈 이 이야기의 말미에는 반드시 당신도 ‘나 자신을 넘어섰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편집자주>

골키퍼는 축구 포지션 중 유일하게 손의 사용을 허락 받은 자리다. 때문에 어떤 포지션보다 특별하지만 때로는 다른 포지션에서 느낄 수 없는 고독함과 경기 내내 싸워야 한다. 경기 중 많은 기회를 놓친 공격수가 단 한 골을 득점해도 찬사를 받는 반면 단 한 번의 실책에도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골키퍼의 입장은 그 누구도 대신 설명해 줄 수 없다. 그것은 축구선수로서 최고의 영광이라는 국가대표 골키퍼 역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래서 김승규는 오늘도 그 외로움과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한국 축구의 최후방을 지키는 수문장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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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닭의 해, 2017년은 온 국민의 염원인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가 가려지기에 한국 축구를 대표 하는 선수들이 무게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끼는 해일 수밖에 없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모든 국가대표 선수들 이 마찬가지겠으나 자신의 플레이 한 번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골키퍼들의 책임감과는 비교할 수 없을 터. 그러나 그들은 월드컵 진출에 한몫을 보태기 위해 나아가 월드컵이란 큰 무대의 땅을 1초라도 밟기 위해 모든 역량을 걸고 다툰다. 김승규 또한 선배 정성룡, 김진현과 확고한 주전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경쟁은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도 경쟁을 통해서 발전해왔고 아직도 발전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충분히 자신감도 있고요. 제 장점이라고 평가 받는 공중볼 싸움이나 슈팅 방어력을 어필한다면 어떤 경쟁이든 이 겨낼 수 있어요”

김승규가 알고 있는 세간의 평가대로 그는 명장면을 다량으로 뿜어낼 수 있는 골키퍼다. 동물적인 순발력과 극도 의 유연함은 공격수의 득점 장면보다 더 화려한 김승규만의 ‘선방쇼’를 가능케한다. 그리고 이 요소들이 종합돼 한국 최고의 골키퍼들이 모이는 국가대표팀에서도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어줬다. 화려함을 넘어서 찬란해보이기까지 하는 김승규의 방어력, 이 힘의 원천은 어디서부터일까.

“모든 건 ‘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서부터 시작돼요. 순발력을 이용한 펀칭이나 유연함을 요하는 어려운 자세에서 의 방어도 결국 다 준비가 되어있어야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평소 트레이닝이나 경기 전, 낮은 자세를 유지 하는 힘을 갖게 해주는 풀스쿼트 혹은 몸 전체적인 운동능력을 증진시키는 줄넘기 등으로 신체의 가동성 (Mobility)을 충분히 높여 놓는 편입니다”

의외에 답변이었다. 민첩함과 순발력을 기반으로 한 방어력으로 찬사를 받는 김승규에게 있어 이 모든 걸 가능케 했던 힘의 원천은 바로 비교적 단순해 보이는 가동성이었다. 그러나 그는 결코 가동성을 기르는 운동을 가볍게 여겨선 안된다고 말했다.

“설명을 드리자면 우선 풀스쿼트는 일반적인 스쿼트보다 더 깊이 앉아서 무게를 컨트롤하는 운동입니다. 골키퍼 같은 경우에는 안정적인 방어를 위해 경기 내내 낮은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런 자세에서 순간적인 힘을 내는데 아주 효과적인 운동이에요. 평소에도 이 운동을 통해 낮은 자세를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감각을 기르죠. 그리고 줄넘기같은 경우는 어떤 종목이든 간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점프력이나 균형감각 등 운동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골고루 향상시켜주거든요. 저도 휴가기간이 끝나고 다시 훈련을 시작할 때 이 줄넘기로 몸의 컨디션을 빠르게 끌어올리곤 합니다”

이렇듯 기초에 중점을 둔 ‘준비자세’는 지금의 김승규를 있게 만든 큰 자산이다. 그가 이렇게 기본과 준비를 강조 하는 데에는 그의 선배이자 롤모델, ‘리그 700경기 출장의 신화’ 김병지의 영향도 다소 있는 듯 보였다.

“선배님의 ‘700경기 출전’은 정말 위대한 기록이죠. 그 기록을 위해서 선배님이 얼마나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셨을 지 상상조차 되지 않아요. 전 이것도 선배님의 자기관리 역시 ‘준비’라는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하거든요. 선배 님이 영광스러운 길을 터주셨으니 저도 끝까지 준비 잘해서 그 길을 따라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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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김승규는 김병지가 터놓은 길을 초입부터 따라가고 있다. 1992년 김병지가 그랬듯, 2006년 김승규도 울산 현대에 입단하며 프로선수로 입문하게 된다. 김승규라는 이름이 축구팬들의 뇌리에 박힌 건 데뷔전을 치른 2008 년부터다. 울산 현대 소속으로 K리그 플레이오프라는 큰 무대에서 데뷔전을 가진 김승규는 전광석화 같은 순발력으로 팀의 승부차기 승리를 이끌어 큰 주목을 받았다. 물론 당시 최고의 위상을 자랑한 주전 골키퍼 김영광의 자리까지 탐낼 순 없었으나 이후에도 결정적인 PK 혹은 승부차기 상황에서 자신의 가치를 꾸준히 올려 나가며 성장했다.

“오랫동안 (김)영광이 형의 뒷모습을 보고 자랐어요. 당시 한국 최고의 골키퍼였으니까 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 큼 높은 위치에 있는 선배라고 생각했죠. 이적도 고려해봤었는데 오히려 영광이형 옆에서 배운 게 지금 생각해보 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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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13년, 김영광의 부상으로 인한 공백을 완벽히 메우며 완벽한 주전으로 올라선 김승규는 그해 K리그 베 스트 일레븐에 선정될 만큼 큰 활약을 펼쳤다. 골키퍼가 보여줄 수 있는 안정감과 화려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골키퍼라는 게 당시 전문가들의 평가다.

잠재력이 있고, 즉시 전력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인 이런 선수를 마다할 대표팀은 없다. 유소년 시절부터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며 담금질을 게을리하지 않은 김승규는 2013년 8월 페루와의 경기에서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 고 경기장을 누볐다. 발군의 반사신경을 기반으로 한 슈퍼세이브로 국가대표 레벨에서도 활약할 수 있다는 사실 을 증명한 김승규는 정성룡의 백업 자원으로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참가하기도 했다. 당시 팬들 사이에서 ‘김승 규를 주전으로 써야 한다’는 논쟁이 있을 만큼 그가 월드컵 전부터 보여준 활약상은 대단했는데 아쉽게도 월드컵 본선에서는 1경기(벨기에戰) 출전에 그치고 말았다.

“저한테는 생애 첫 월드컵 경기였기 때문에 당연히 아쉽죠. 사실상 조별예선 결과가 나온 상황이긴 했지만 선수단 모두가 이기고 싶어서 죽기 살기로 뛰었거든요. 저 또한 마지막까지 응원해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고요”

김승규가 이 경기에서 보여준 활약은 대단했다. 비록 상대의 위협적인 슈팅을 방어하느라 쳐낸 공이 상대 얀 베르통헨 앞으로 떨어져 실점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최종적으로 유효슈팅 7개를 방어해내는 선방쇼를 펼쳤다. 해외 매체들도 ‘빅유닛’, ‘굿세이브’ 등의 표현으로 한국의 차세대 수문장에게 찬사를 보냈다. 이 정도면 잡음으로 들릴만한 여러 외부적 요인에 흔들릴 법 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본인의 경기’에 집중해 좋은 모습을 보여준 김승규가 대견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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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입단 계약을 맺은 2006년을 그의 프로선수로서의 출발선으로 보자면 지난해는 딱 10년이 되는 해였다. 10 년동안 김승규는 누구 못지않은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K리그에서 가장 사랑받는 골키퍼 중 한 명이었고, 소속팀에 서는 대체 불가 핵심 자원이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따낸 금메달로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어 한국에 남는다면 다른 선수보다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10년차’에 선택한 그의 J리그 진출은 다 소 의외였다. 오래도록 쌓아 올린 안정적 커리어를 포기하고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택한 것이다. 여기에는 김승규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방심을 경계하는 자세’가 깔려있었다.

“나는 금메달로 인해 2년이란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절대 방심하면 안된다. 방심은 곧 독이다. 긴장을 풀지 않고 살겠다”

-2014 인천 AG 결승전 승리 직후-

익숙해져있는 울산의 클럽하우스와 훈련장은 내 집 같은 평온함을 선물했지만 오히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정체 되어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인해 병역 혜택이 확정된 직후 그의 인터뷰에서 엿볼 수 있듯 그는 방심과 정체를 독이라 생각하는 선수다. 그래서 극적인 변화를 필요로 했고 자연스럽게 해외 진출이란 단어가 따라왔다. 그렇게 J리그와 빗셀 고베는 프로 10년차를 맞이한 김승규에게 새로운 도전으로 나아가기 위한 답이 됐다.

안정적인 생활을 버리고 정글로 뛰어든 김승규의 지난 한 해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전반기 17경 기 25실점으로 적응기를 가진 김승규는 후반기에 14경기에서 15골만을 허용하며 J리그 주간 베스트일레븐에도 선정되는 등 차분히 연착륙해나가고 있다. 그가 안정적으로 변하자 빗셀 고베의 성적 또한 전반기 12위에서 후반 기 2위까지 반등했다. 최고가 되지는 못했지만 이적한 첫해임을 감안하면 비교적 준수한 성적을 거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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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빗셀 고베도 팀 역사상 최고 승점을 기록했고 저도 의사소통면이라든지 경기력 부분에서 적응을 빨리 할 수 있어 다행스러웠던 시즌이에요. 올해는 아마 여러 부분에서 작년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 아서 저 또한 벌써부터 많이 기대가 되네요”

올해에 대한 기대감은 김승규뿐만 아니라 그를 응원하는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이제 매 경기 가 살얼음판처럼 진행 될 월드컵 최종예선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김승규는 또 다시 바삐 움직일 수밖에 없다.

“월드컵에 못나가는 끔찍한 상황을 상상해 본 적도 없어요. 아마 팬들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해요. 지금이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지만 결국 더 열심히 준비해서 모든 경기를 이기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 같네요. 반드시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중요한 시기, 때문에 김승규의 2017년은 ‘준비’다. 어떻게 준비하느냐,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따라오기 마련이다.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내야만 하는 국가대표로서, 한 시즌 적응기간을 마친 용병으로서 뚜렷한 결과 물이 필요한 올해의 김승규는 호흡을 가다듬고 성공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결국 자신을 뛰어 넘는 결과로 모 든 것을 증명할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나를 넘어서다.  I’M NEVER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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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힐튼호텔/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 MVP/ 광주 정조국/ 사진 이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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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의 2017년이 따뜻하지 않더라도

강원도의 겨울이 여느 해보다 뜨겁다. 강원을 대표하는 도민구단 강원FC는 ‘1일 1영입’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키며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팀이 됐다.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퍼붓는 영입 공세에 팬들은 매일 아침 출근길을 강원FC의 소식과 함께 하는 중이다. 강원FC의 이런 행보는 시즌 개막이 아직 한참이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돌풍의 핵’으로 자리 잡게 했다.

당초 강원FC의 이런 파격적인 연속 영입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도민구단의 재정적 한계가 엄연히 존재할 것이며 바로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2부리그 격인 K리그 챌린지에 머물던 팀에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이렇게나 많이 합류한다는 전망을 누가 감히 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조태룡 강원FC 대표이사는 모두를 비웃듯 축구판의 기존 관념을 완벽히 깨버렸다. 공상으로만 보였던 조 대표의 “승격 첫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진출 티켓을 정조준하겠다”는 공약이 이제는 충분해 보일 정도다.

지난 9일 이근호와의 3년 계약을 시작으로 오범석, 김경중, 김승용, 박선주, 강지용, 문창진, 이범영, 황진성을 차례로 삼킨 강원FC는 마지막 퍼즐로 지난 시즌 K리그 MVP-득점왕 정조국까지 강원의 유니폼을 입히는 데 성공했다. 또한 모두의 관심이 외부 영입에 치우쳐 있을 때 K리그 클래식 승격을 함께 한 주장 백종환-수비수 정승용과도 재계약하며 집안 단속을 꼼꼼히 했고 여기에 알짜 용병이라고 평가 받는 베트남 출신 1호 K리거 르엉 쑤언 쯔엉을 데려오며 경기력과 더불어 동남아를 겨냥한 마케팅까지 겨냥할 수 있게 됐다. 말 그대로 강원FC는 군더더기 없는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난폭해 보일 만큼 엄청난 규모와 속도를 자랑하는 강원FC 영입 행보의 결과는 시즌이 개막한 뒤에나 알 수 있겠지만 일단 현 상황에서는 긍정적인 바람이 느껴지는 듯하다. 영입한 선수들만으로도 베스트 11을 꾸릴 수 있을 만큼 양(量)적 측면에서 상당하고 그 구성원들의 이름값은 질(質)적인 부분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좋은 재료를 닥치는 대로 넣었다고 해서 무조건 맛있는 요리로 이어지진 않는다. 선수들 개개인의 이름값과 승리는 별개의 문제다. 11명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축구라는 팀 게임에서는 더욱 그렇다.

강원 FC의 수장 최윤겸 감독도 이를 충분히 의식하고 있다. 최 감독은 “훈련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선수들을 ‘하나’로 우리 팀에 녹아들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며 조직력 극대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최윤겸 감독의 말처럼 현재 가장 시급한 건 정신적인 부분에서 선수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계기다. 새로 영입된 선수들 대부분 연령별 대표팀에서라도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를 대표했던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다. 개개인마다 스타일에 대한 고집이 확실하기에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었고 따라서 자기만의 개성과 철학이 확고하게 자리 잡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본인의 축구적 가치관이 정립되어 있다는 것은 매우 훌륭한 일이지만 팀으로서 ‘하나’가 될 때는 간혹 큰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종목을 막론하고 ‘스타군단’임에도 실패한 팀들은 보통 이 부분에서 해결점을 찾지 못해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 부분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코칭스태프는 모두를 ‘원팀(One-Team)’으로 만드는 작업에 돌입하겠지만 조직력 증진이란 부분이 여타 훈련보다 추상적인 면이 없지 않아 단시간 내에 극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강원FC가 폭풍 영입으로 양질의 스쿼드를 갖춘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이 정도 전력은 웬만한 클래식 상위 그룹 팀들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전력상 3강으로 꼽히는 전북 현대, FC서울, 수원 삼성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진다. 또한 정조국과 이근호를 제외하면 A대표 혹은 리그에서 최정점에 있던 선수들이 아니다. 제 몫을 충분히 해내고 알짜 활약을 펼치긴 했지만 크고 작은 부상 경력이 있고 해외진출 뒤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해 다시 유턴한 선수들이 대다수다. 몇몇 매체들이 헤드라인으로 쓰고 있는 ‘갈락티코(은하수)’와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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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불안하다. 현재 강원 FC는 영입 이슈만으로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차후 호성적과 재기 발랄한 마케팅으로 팬들을 끌어들여 재정의 선순환을 도모한다는 꿈같은 계획을 현실에서 실현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우려되는 건 과도한 기대감으로 인해 느낄지도 모를 상실감에 대한 부분이다. 냉정히 말해 강원FC는 전력상 우승후보가 아니다. 잔류가 최우선 과제였던 이전 승격팀들보다는 사정이 낫겠으나 하위 스플릿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는 점은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막 전 여러 이슈들이 불러온 환상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 시 강원FC에게 쏟아질지도 모를 비난과 조롱이 염려된다. 조 대표의 혁신적이고도 발전적인 선택이 자칫 ‘K리그에서는 그래 봤자 안돼’라는 비아냥을 들을지도 걱정이다. 최근 메인 스폰서인 강원랜드와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 잡음도 잘 나가던 강원FC의 행보에 제동을 걸 요소로 작용할까 염려스럽다.

하지만 그들은 승격팀임에도 불구하고 리그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그들의 선택이 좋은 성적이란 결실을 맺든, 아니면 예상보다 좋지 못한 성적으로 아쉽게 끝맺음을 맺건 분명한 건 단 하나다. 현재 강원FC가 걷고 있는 길이 K리그 발전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란 것. 이것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Editor Kim Ji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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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와 ‘최초’사이, 성남FC 김정민을 말하다

Editor Kim Ji Won  Photographer Park Min Ji  Designer Lee Min Seo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시티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독일 분데스리가의 VfL 볼프스부르크,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의 AFC 아약스 등 세계 유수의 명문 축구클럽들이 앞다투어 e스포츠 섹션에 발을 담그고 있다. 유럽을 대표하는 클럽인 그들이 ‘축구’라는 키워드를 통해 젊은 팬들에게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했고 이윽고 축구를 모토로 한 피파 게이머들을 영입하는 방향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는 대단히 파격적이고 효과적인 결정이었다. 미국 회계법인 딜로이트는 “자체 분석 결과 세계 e스포츠 시장의 크기는 5억 달러(약 5500억원)로 추산되며 팬들의 연령대는 18~34세가 무려 75%를 차지한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축구의 주요 팬층과 겹치는 e스포츠 소비 연령대에게 축구와 구단을 색다르게 어필할 수 있는 수단을 적절히 택한 셈이다.

이 열풍은 유럽을 넘어 아시아까지 도달했다. 팬들은 “e스포츠의 종주국이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최근 10년 동안 절반의 우승(5번)을 차지해 ‘e스포츠와 축구’ 두 가지 명분을 모두 잡을 수 있는 한국에서 그 신호탄을 터뜨리지 않겠냐”는 전망을 하며 어떤 팀이 가장 먼저 선수를 입단 시킬지 의견이 분분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아시아 최초의 사례’가 될 선수에 관해서는 모두의 관심이 한 선수에게 모아졌다. 김정민만이 이 기념비적인 타이틀에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것. 그 누구도 이견이 없는 피파씬 ‘최고의 선수’ 김정민은 모두의 예상대로 클럽에 입단하는 아시아 최초의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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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지금까지

“세계 챔피언이었던 선배보다 제가 더 잘했던 걸로 기억해요”

2002년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월드컵을 감명 깊게 지켜봤던 15살 김정민은 당시 패키지 게임으로 출시되던 ‘피파’시리즈를 처음 접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승리가 너무도 익숙해질 만큼 떡잎부터 남다른 천재성을 드러냈다. 비록 나이제한에 걸려 당시 최고의 권위를 자랑했던 월드사이버게임즈(WCG)에 출전할 순 없었지만 김정민은 이미 중학교 2학년 때 한국에서 손에 꼽힐 만한 뽐냈던 것이다.

그리고 1년 뒤 그를 가두던 울타리(나이 제한)가 없어지자 김정민은 본격적으로 전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도 꿈꾸던 WCG 대표는 물론 숱한 대회에서 우승하며 피파씬 역사의 김정민이란 이름을 아로새겼다. 14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말이다.

최초의 사나이

지난 8월,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는 색다른 입단식이 열렸다. 세계적인 붐을 일으키고 있는 ‘프로게이머의 명문 클럽 입단’이 아시아 지역에서도 현실화된 것인데 그 최초의 주인공은 김정민과 K리그 성남FC였다. 이 입단식에서 김정민은 성남FC의 등번호까지 배번된 유니폼을 입으며 정식 선수로 입단했음을 공식적으로 알리게 됐다. e스포츠사의 길이 남을 장면이었다. 당시 김정민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에 매력을 느꼈다. 게이머를 시작한 이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타이틀 하나쯤은 가지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또한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성적을 잘 내서 성남 FC를 알리는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 이제 개막하는 챔피언십에서 좋은 성적 거두는 것이 목표다”라고 당당한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그렇게 입단식이 끝난 뒤 3개월여가 흐른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16에서 피파온라인3 아디다스 챔피언십 2016 시즌 2 결승전이 펼쳐졌다. 그리고 이 자리에 김정민이 있었다. 결승전까지 파죽지세로 진출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는 자신의 얘기를 완벽히 지켜냈다. 또한 이는 ‘최초’라는 타이틀이 한번 더 다가왔음을 의미했다.

이번 결승전에는 많은 관전 포인트가 있었는데 여러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포인트는 역시 ‘챔피언십 최초의 2회 우승자가 탄생할까’였다. 2014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김정민이 이번 결승에서도 우승한다면 사상 최초의 개인전 2회 우승자로 기록되게 됐으니 그를 응원하러 행사장을 방문한 팬들이나 김정민 본인 역시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김정민은 지난 시즌에도 4강까지 진출하며 ‘2회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지만 끝내 대업을 이뤄내지 못했던 아쉬운 기억 때문인지 보다 더 떨리는 마음으로 결승전을 맞이했다.

경기가 끝나고 우승자를 축하하기 위한 축포가 터졌다. 세트 스코어는 3-0. 부스 안에서는 홀가분한 마음을 표현하듯 김정민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한국 피파씬 역사상 가장 강한 선수이자 가장 꾸준한 선수, 그리고 역사에 기록될 선수 등 모든 수식어가 김정민의 이름 앞에 붙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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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의 책임

앞서 성남 FC를 선택한 것이 ‘최초’라는 매력을 느껴서라고 말했던 김정민이지만 그의 본심은 따로 있는 듯했다. 성남 FC 입단 전으로 시간을 돌려보자. 한국 최고의 피파 게이머인 김정민에게 성남FC만이 제의를 보내왔을 리 없다.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의 ‘억’소리 나는 러브콜도 여러 팀에서 받았다. 그러나 김정민이 달콤한 제안들을 뿌리치고 한국팀을 선택한 것에는 ‘선배의 책임’이라는 요소가 있었다.

“제가 지금 한국팀의 후원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후배들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좋은 사례를 남기면 어린 피파 게이머들이 앞으로 게이머 생활하는데 조금 편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서 성남FC의 제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프로게이머 14년 차, 반평생을 게이머로 살아온 베테랑 중 베테랑인 그의 얘기에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지금 당신이 밟은 길은 누군가를 이끌어 주는 길잡이가 된다’는 문구처럼 그가 걸어온 길을 부지런히 쫓는 후배들을 위해 김정민은 오늘도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재진행형

내년이 되면 김정민은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뀐다. 서른을 앞두고 우승을 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사실 e스포츠에서 이는 흔한 일이 아니다. ‘어리면 어릴수록 잘한다’가 e스포츠를 관통하는 기본 명제이기 때문이다. 그가 언제까지 게이머 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통할 때까지는 계속 해야죠. 그런데 아직 대회에서나 온라인에서 잘하는 사람들을 봐도 제 또래예요. ‘나이가 많으니까 이제 그만 하자’는 생각을 아직은 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그런 그는 또 하나의 대업을 앞두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2016년 피파씬을 총정리하는 대회,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EA 챔피언스컵(EACC) 윈터 2016에 국가대표 자격으로 출전해 EACC 서머 2016에 이어 연속 우승을 꿈꾸고 있는 것. 특히 지난 EACC 서머 2016 결승전에서 태국팀 선수 3명을 혼자 올킬해버리는 압도적 기량을 보여줬기에 ‘국제대회’에서 펄펄 날아다니는 김정민이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는 피파라는 게임으로 많은 걸 이뤄낸 1년이었어요. 그런 1년을 마무리하기에 규모면에서나 대회 파급력에서나 EACC 윈터 2016만큼 제격인 대회도 없는 것 같아요. 꼭 우승해서 2016년 마무리 제대로 해보고 싶습니다”

최고와 최초라는 타이틀을 독차지했던 2016년의 김정민. 그가 멋진 마무리가 되리라 생각하는 EACC 윈터 2016 우승과 함께 앞으로도 수많은 전설을 써내려 가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가 그 현재진행형 전설을 오래도록 목도할 수 있도록 오랜 기간 최고의 위치에서 활동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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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시간은 기억되어야 한다

28일(한국시간), 상파울루 과를루스 국제공항에서 콜롬비아로 향하는 라미아 항공 2933편안에 풍경은 어땠을까. 역사를 이뤄내기 일보 직전이라는 기대감과 알 수 없는 희망의 공존. 기내의 공기는 그렇게 흘러갔을 가능성이 크다. 비행기엔 브라질 프로축구팀 샤페코엔시의 선수들 22명과 축구기자 21명이 탑승해 있었고 이들이 향하는 곳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와 비슷한 개념의 남미축구연맹(CONMEBOL) 코파 수다메리카 결승이 벌어지는 메델린이었다. 클럽 창단 이후 첫 남미 클럽 대항 결승을 앞두고 있는 선수들이나 역사적인 순간을 취재할 수 있는 기자들 모두 들뜬 분위기였다는 것은 그들이 이륙 직전 찍은 사진들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사진들이 그들이 가족과 팬들에게 남기는 마지막 선물이 되어버렸다.

이들이 타고 있던 라미아 항공 2933편은 볼리비아 산타 크루스를 경유한 뒤 목적지 메델린으로 향하던 와중 인근 야산에 추락하고 말았다. 콜롬비아 항공 당국은 사고를 당한 2933편으로부터 밤 10시쯤 전기 고장으로 인한 비상신호가 도착했다고 밝혔고 사고 직전 비행기의 연료가 모두 떨어졌다는 승무원의 증언도 나왔으나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는 참담하다. 71명이 사망했고 (30일 14시 기준) 샤페코엔시는 전부를 잃었다. 카이오 주니오르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그리고 클레베르 산타나, 하파엘 바스토스, 아르투르 마이아 등 주축선수들이 모두 숨을 거뒀다. 선수는 단 3명(네투, 루셰우, 풀만)만이 가까스로 생존했을 뿐이고 이중 폴만은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기로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비슷한 참사들이 떠오른다. 축구계에서 있던 참사들은 대부분 항공 사고의 형태를 띈다. 70년 전에도 그랬다. 이탈리아 세리에 A 4연패를 달성한 당대 최고의 팀 토리노 FC는 포르투갈 벤피카의 초청을 받아 원정 경기를 떠난다. 그리고 돌아오는 와중 그들이 타고 있던 비행기는 악천후를 만나 언덕 위 자리잡은 성당에 추락하고 말았다. 토리노 소속 선수 18명과 코칭스태프 5명을 포함 탑승객 31명이 전원 사망한 이 사건이 바로 축구계 대형 참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수페르가의 비극’이다. 

이탈리아 A대표팀 멤버만 10명이 넘게 포진되어있던, 국가를 대표하는 클럽 토리노의 사고 소식은 실로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이탈리아 전역에서 100만 명이 넘는 추도 인파가 몰려들었고 현재도 매년 사고 당일이 되면 그들을 애도하기 위해 수페르가 성당을 찾는 이들로 붐비고 있다.

조금 더 가까운 이야기를 해보자.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1958년 유고슬라비아에서 열린 츠르베나 즈베즈다와의 유러피언컵 경기를 마치고 맨체스터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들이 탄 비행기는 기름을 넣기 위해 경유지인 독일 뮌헨에 멈춰섰는데 당시 공항은 폭설로 인해 활주로의 기능이 마비된 상황이었다. 그렇게 이륙을 시도하길 몇 차례. 비행기는 벽을 들이박고 전복했다. 이 사고로 던컨 에드워즈 등 선수 8명과 스태프, 취재기자까지 모두 23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맨유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트에 걸려있는 ‘뮌헨 메모리얼 클락’은 여전히 1958년 2월 6일 오후 3시에 멈췄다. 하지만 이 ‘멈춰진 시계’ 설치의 의미는 사고를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뜻이지, 구단이 슬픔 속에 정체되어 있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 시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맨유는 영국과 유럽을 대표하는 명문 중의 명문으로 자리 잡았고 성공적으로 팀을 재건한 사례의 모델이 됐다.

이번 참사를 당한 샤페코엔시는 당시의 토리노만큼 성과를 냈거나, 맨유처럼 명성을 떨쳤던 클럽은 아니다. 하부리그를 전전하다 35년만인 지난 2013년 브라질 1부리그로 승격된 샤페코엔시는 ‘잔류’가 시즌 목표인 전형적인 중소클럽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번 시즌 ‘남미의 레스터시티’로 불릴 만큼 신바람 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남미 클럽 대항전인 코파 수다메리카나에서 절정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결승까지 진출했고 리그에서는 클럽 역사상 최고 성적인 9위를 마크 중이었다. ‘구단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라는 번쩍이는 문구가 손에 잡힐 듯 한 시기였다. 29일 이전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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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시선이 샤페코엔시를 향했다. 메시, 네이마르 등 남미 출신 선수들을 비롯 축구계에 몸담고 있는 모두가 사상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했고 코파 수다메리카 결승 상대였던 아르헨티나의 아틀레티코 나시오날은 샤페코엔시에게 우승을 양보하겠다는 뜻을 공식 발표했다. ‘축구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은 경기장 위로 샤페코엔시의 색깔인 녹색 조명을 밝혔고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팀 훈련 전 1분 가량 그들을 위해 묵념했다.

이번 사고는 축구계에서 발생한 10번의 항공사고 중 역대 최대의 규모이기에 수습에만 오랜 시간이 필요할 듯 보인다. 따라서 현재는 애도와 함께 사태 수습과 원인 규명을 통해 안타깝게 죽어간 이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절차가 우선시 되어야 할 것 이다. 이후 샤페코엔시는 중요한 기로에 들어 서게 된다. 토리노와 맨유가 그랬던 것처럼 ‘어떻게 클럽을 재건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팬들의 물음에 알맞은 대책을 내어 놓아야 하는 시기가 분명히 온다. 구단 차원에서 명쾌한 해답을 도출해야 한다.

그러나 대책보다 중요한 것은 매년 수페르가 성당을 찾는 어떤 이들처럼, 멈춰진 시계로 사고를 영원히 기억하는 어떤 이들처럼 샤페코엔시의 사고를 기억하려는 움직임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아픈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고 먼저 떠나간 선수들을 기억하려는 노력이 먼저다.

거짓말같이 파란을 일으켰던 샤페코엔시가 오랜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다시 한번 거짓말처럼 우뚝 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떠나간 이들과 그 유가족들에게 조의를 표한다.

/Editor Kim Ji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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