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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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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HLETE

kt 김재윤, 꼭 ‘미스터 제로’가 아니어도 괜찮아

Editor Jeong Seong Hoon Photographer Park Min Ji Designer Lee Min Seo

kt wiz의 마무리 투수 김재윤은 올 시즌 누구도 넘기 힘들어 보이는 철옹성이었다. 18경기에 나서기까지 15.1이닝 동안 1승 12세이브를 거두며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6월 7일 경기 전 기준) 그는 ‘미스터 제로’라는 타이틀을 자신의 이름 앞에 붙였다. 역대 KBO리그에서 개막 후 그보다 많은 경기를 ‘미스터 제로’라는 타이틀로 활약한 마무리 투수는 없었다. 압도적인 구위를 바탕으로 그의 활약은 계속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갑작스레 그의 ‘미스터 제로’ 향연이 끝을 마주하게 됐다. 그것도 패전과 5실점을 한꺼번에 떠안았다. 김재윤은 6월 7일 LG와의 홈경기에서 9회 앞서고 있는 상황에 등판해 팀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올 시즌 보여줬던 그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1/3이닝 동안 5피안타 5실점을 내줬다. 마무리 투수가 경기가 끝나기 전에 다음 투수에게 마운드를 넘겨주게 된 것이다.

김재윤 본인도 평균자책점 ‘0’이 유지되는 기간 동안 ‘오늘은 깨질 기록이다’라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라왔다. 각종 언론도 김재윤의 ‘0’의 행진에 관심을 가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막상 기록이 이어지지 않게 되자, 정작 아쉬움은 본인보다는 관계자들의 몫이었다.

‘미스터 제로’의 타이틀이 깨진 다음 날의 김재윤은 생각보다 여유가 넘쳐 흘렀다. 살얼음판을 걷듯 지속해온 기록의 연속에서 쌍인 긴장들이 해방의 기쁨(?)을 맞이한 것처럼 보였다. 오히려 무거운 짐을 떨쳐내고, 새로운 시작을 앞둔 새내기 마냥 가벼운 발걸음으로 야구장으로 출근했다.

요즘 즐거운 마음으로 야구장에 출근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올 시즌 생각보다 야구가 잘 되고 성적도 좋아서 아침에 야구장 나오는 게 재미있었다.

과거형 답변인데 오늘은 재미있지 않았던 건가?

어제는 스스로 실망스러운 경기를 했다. 나름의 마음고생도 있었다. 주변에서 언젠가는 마주할 일이었다며 다 떨쳐내고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하자고 하더라.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오늘 아침에는 평소와 똑같이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했다.

딱히 기록이 깨진 것에 대해 힘들어하진 않는 모습이다.

성격 자체가 단순하다. 빨리 잊어먹는 성격이라서 그렇게 주눅은 안 든다.

어제 경기에서 ‘미스터 제로’의 타이틀이 깨졌다. 최근 경기 출장이 많지 않아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애를 먹어서 그런 건가. 어제 경기 복기했을 때 어떤 어려움이 있었던 건가?

몸 관리는 평소대로 해왔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어제는 여지없이 내가 못해서 진 경기다. 스스로 실투도 많았고, 원하는 대로 던지지 못했다. 내 실수였던 경기다. 그래도 상처는 받지 않았다.

최근 활약으로 인터뷰가 많았다. 예년과는 다른 ‘행복한 귀찮음’이 될 것 같은데?

귀찮지 않다. 인터뷰는 내게 관심을 주시는 것이기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솔직히 부담감이 없지만은 않다. 선수로서 항상 잘하는 것도 아니고 부진할 때도 있는데 혹시나 실망감을 안겨드릴까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내게 관심을 주시는 것이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김재윤은 지난 LG와의 경기를 통해 시즌 첫 블론세이브와 첫 패배를 떠안았다. 한 시즌을 꾸려나가다 보면 당연히 맞닥뜨려야하는 상황이었다. 실점을 하지 않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오히려 그의 실점이 이상한 일이 되어버린 건 올 시즌 그의 활약이 너무도 대단했기 때문이다.

김재윤의 활약은 KBO리그에도 적잖은 파장을 가져다줬다. 오승환의 해외 진출 이후 구위를 앞세워 상대 타자를 제압하는 마무리 투수가 부족했던 국내 리그에 신선한 충격을 준 것이다. 많은 팬들은 그의 구위를 눈여겨보며 앞으로 그가 리그를 대표할 선수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지난 2015년 조범현 전 감독의 제안으로 미트를 벗고 자신의 야구 인생에서 처음으로 마운드에 선 김재윤은 이제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신체조건은 워낙 뛰어났다. 185cm, 91kg의 체격에서 내리꽂는 패스트볼은 상대 타자를 압도했다. 연차가 쌓일수록 마운드에서의 파괴력은 더해갔다.

하지만 극강의 모습을 보여주는 올해, 아이러니하게도 김재윤의 밸런스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지난해 148.4km/h에서 146.8km/h로 2km/h 가량 감소했고, 분당 회전수도 2,475회에서 2,382회로 줄었다. 물론 이 두 개의 지표는 리그 평균을 상회하는 수치지만, 그의 밸런스가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삼진 비율도 떨어졌다. 9이닝당 삼진 비율이 작년 12.09에서 올해 6으로 확연하게 줄어든 모습이다. 상대의 배트를 빼앗는 슬라이더 구사 비율도 감소했다. 하지만 그는 밸런스의 난조로 떨어진 구속을 더 정교해진 제구력과 상대 타자를 맞혀 잡는 영리한 피칭으로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보인다. 구속이 줄었을 뿐이지 세부 지표는 지난해보다 월등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올 시즌 상당히 좋은 모습이다. 거의 완벽한 피칭을 이어왔는데, 어떤 점에 변화가 있었나.

시즌 초반부터 밸런스가 내가 원하는 상태로 올라오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 만족하는 구속까지 끌어올리고 있지 못하다. 대신 콘트롤과 로케이션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런 부분이 밸런스가 정상이 아닌데도 잘 버틸 수 있었던 거 같다.

말씀해준 대로 올해 평균 구속도 감소하고 삼진 비율이 감소했다 패스트볼을 더 많이 던지며 맞혀 잡는 투구도 하고 있는데, 이는 마운드에서 어느 정도 요령이 생긴 거라 봐도 무방한가.

아무래도 구속이 조금 내려가면서 삼진을 잡는 것이 지난해보다는 힘들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컨트롤과 로케이션에 신경 쓴 게 맞혀 잡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굳이 삼진 욕심을 내지 않고 상황을 해결하려는 생각이 잘 통하고 있는 것 같다.

벌써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로 손꼽히고 있다. 조금 먼 이야기지만 다가오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태극마크에 대한 생각도 선수로서 당연히 하고 있을 것 같다.

선수라면 당연히 태극마크를 가슴에 다는 게 꿈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스스로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투수로 전향한 지 3년 차이고 보완해야 할 것이 많다. 당장 태극마크를 달겠다는 생각보다는 부족한 것을 채워 넣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다.

이렇게 돌아보면 김재윤 선수가 투수 전향을 선택한 것은 인생에 대단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그렇다. 이제까지 야구하면서 가장 큰 결정이었다. 학창시절에도 투수를 해본 적은 없었다.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미련으로 남았었는데 우연한 기회가 와서 지금 투수를 하고 있다.

마운드에서 투수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 있다면 무엇인가?

상대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낼 때 쾌감이 크더라. 그게 가장 큰 매력이다.

kt의 수호신을 맡고 있다. 선발 투수의 일정이 정해져 있는 것과 달리 마무리 투수는 항상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마운드에 오른다. 불펜에서 준비할 때 마음가짐은 어떤가.

경기가 시작하면 내게 시간이 좀 있다. 어떻게 보면 많이 있다. 그래서 경기의 흐름을 읽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다. 불펜에서는 이런저런 잡생각은 들지 않는다. 내 공을 믿고, 내 공만 던지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 생각들이 모이면 마운드에 오르게 된다. 상대 타자의 이것저것을 고려하다 보면 잡생각만 많아지고 내 공을 던지는데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 단순하게 생각하면서 올라가는 편이다. 마운드에 뛰어 올라갈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간다.

그렇게 투수가 된 지 3년 차다. 그리고 올스타전 후보에 올랐고 현재 당당히 부문 1위에 올라있더라. 확인해보았나?

아침에 보고 왔는데 몇 표인지는 확실히 기억이 안 나지만 1등을 하고 있더라. 이런 것도 팬분들이 나를 인정해줘서 뽑아주시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정말 감사드린다. 베스트에 뽑힌다는 것 자체가 무척 영광스러운 일인데 1위를 하고 있어서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본인은 본인에게 투표했는가.

사실 나에게 투표를 하긴 했다. (웃음)

그럼 투표 1위를 위해 팬 여러분께 매력 어필 한번 해달라.

현재까지 많은 투표를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앞으로 투표 기간이 남아있는데 여러분의 투표가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6월에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많은 투표 부탁드린다.

김재윤은 건장한 체격을 과시한다. 그렇기에 그를 둘러싼 이미지들은 다소 강한 요소들이 많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몇 마디를 나눠보면 금세 김재윤만이 지닌 진정성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다. 야구를 대하는 태도는 물론이거니와 고교 졸업 후 미국 야구에 도전하고, 다시 국내에 돌아와 현역병으로 의장대에서 군 복무를 하는 등의 환경을 헤쳐 나온 이의 특유의 겸손함이 녹아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항상 밝으면서도 긍정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최근 본인의 인기를 실감하는가.

많은 분이 내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는 걸 보면서 어느 정도 실감하고 있다.

팬 서비스는 열심히 하고 있나.

팬들이 요청해주시는 사인은 정말 잘 해드리려고 노력한다. 어떻게 보면 그분들은 내 사인을 받으려고 나 하나 때문에 시합이 끝나도 항상 밖에서 기다리신다. 그래서 최대한 그분들에게 사인해드릴 수 있도록 여건이 되면 한 분, 한 분씩 다 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재윤 선수는 야구선수로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가.

프로에서 늦게 시작한 만큼 부상 없이 오래 야구를 하고 싶다. 그동안 야구에 대한 갈망이 너무 컸기 때문에 예전에 못 한 것까지 더 오래 야구하는 게 목표다. 그리고는 코치 생활을 하고 싶은데 더 나이 들어서는 유소년 야구선수들을 지도하는 게 일단 내 마지막 목표다.

다소 의외다. 평소 유소년 야구에 관심이 많았나? 어떤 철학으로 어린 선수들을 지도해보고 싶은가.

물론 나도 초등학교를 거쳐서 야구를 했다. 그런데 그때는 재미있게 야구를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아이들이 즐거워서 야구를 하는, 야구장에 나오고 싶게 만드는 그런 감독이 되고 싶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야구가 이렇게 재밌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김재윤 선수를 아끼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앞으로 좋은 모습도 많이 보여드릴 거고, 나쁜 모습도 보여드릴 수 있다. 그래도 항상 열심히 상황에 맞게 열심히 던지려고 노력할 것이다. 지금도 많은 응원과 관심 보여주시는 것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응원 부탁드리며, 더욱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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