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엔(甲子園)의 역사를 바꾼 연장 혈투

고시엔(甲子園)의 역사를 바꾼 연장 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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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시가학원과 후쿠오카대 오호리가 펼친 15회 무승부

2경기 연속 15회 무승부가 고시엔(甲子園)의 미래를 움직이다.

지난 3월 26일 일본, 제89회 선발고교야구대회 일명 센바쓰에서 고시엔 역사상 처음으로 2경기 연속 15회 무승부가 나오며 28일 재경기가 열렸다. 봄, 여름 고시엔을 통틀어 2경기 연속 무승부는 물론 한 대회에서 2번의 무승부 재경기가 열리는 것조차 처음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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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후쿠오카대 오호리의 미우라

선발고교야구대회(이하 센바쓰)는 준준결승을 제외하면 통상 하루 3경기가 편성된다. 이에 26일, 후쿠오카대 오호리(福岡大大濠)와 시가학원(滋賀学園)이 연장 15회 끝에 1 대 1 무승부로 종료됐을 때만 해도 고시엔 전광판에는 27일 4경기를 편성하여 재시합이 열리는 일정이 안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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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시가학원의 타나하라

그러나 이어진 후쿠이공대 후쿠이(福井工大福井)와 켄다이타카사키(健大高崎)의 경기마저 연장 15회 7 대 7 무승부로 종료되자 다케나카 마사히코(竹中雅彦) 대회 사무국장은 28일 2번의 재경기를 치른다고 발표했다. 

원래 일본고교야구에는 무승부 후 재경기라는 규칙이 존재하지 않았다. 때문에 1933년 아카시중(明石中)과 추쿄상업(中京商)과의 경기는 연장 25회까지 가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의 연장 무승부 재경기 규칙이 제정된 계기는 1958년 봄 시고쿠대회였다.

훗날 주니치에서 투수로 활약하고 현재는 방송 활동 중인 도쿠시마상업(徳島商)의 투수 반도 에이지(板東英二)는 고치상업과의 경기에서 연장 16회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다카마쓰상업과의 경기에서 연장 25회를 완투하며 이틀 동안 41이닝을 홀로 던졌다. 그러자 이를 보다 못한 고교야구연맹의 한 임원이 본부에 건의하였고 이에 연장 18회까지 무승부 시 경기를 중단하고 추후 재경기를 편성한다는 규칙이 만들어졌다.

한편 이 무승부 후 재경기 규칙이 처음 제정되었던 1958년, 여름 고시엔에서 바로 연장 18회 무승부 후 재경기가 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주인공은 이 규정을 제정하게 만든 장본인인 도쿠시마상업의 반도 에이지. 도쿠시마상업과 반도 에이지는 우오즈(魚津)와의 18회 경기 끝에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해당 규정에 의해 재경기를 치르는 첫 사례가 됐다. 

1970년부터 90년대가 모두 지나가도록 단 1차례도 나오지 않던 고시엔에서의 무승부 후 재경기는 2000년 18회까지 치러지던 연장전이 15회로 축소되면서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1998년 여름 고시엔에서 요코하마(橫濱)의 마쓰자카 다이스케(松坂大輔)가 PL학원과의 준준결승에서 연장 17회까지 250구를 던지고 완투승을 거둔 일로  “연장 18회는 너무 길다”는 여론이 조성되며 2000년부터 지금의 연장 15회로 조정된 것. 그리고 2003년 제75회 센바쓰에서 토요대 히메지(東洋大姫路)와 하나사키토쿠하루(花咲徳栄)가 2 대 2 무승부를 기록하며 34년 만에 고시엔 재경기가 치러졌다. 

이후 2006년 한국 야구팬들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와세다실업(早稲田実)의 사이토 유키(斎藤佑樹)와 도마코마이(駒大苫小牧)의 다나카 마사히로의 맞대결, 2007년 사가키타고의 기적의 우승 과정에서도 고시엔 역사에 남는 드라마에는 15회 무승부 후 재경기가 종종 등장했다. 

앞서 2번의 사건들이 고시엔의 역사를 바꿨듯이 어쩌면 지난 26일 일어났던 2경기 연속 15회 무승부도 앞으로 고시엔의 미래를 바꾸게 되는 사건으로 남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날 후쿠오카대 오호리의 에이스 미우라 긴이치(三浦銀二)군은 홀로 15회를 책임지며 196개의 공을 던졌다. 상대팀 시가학원의 타나하라 코우타(棚原孝太)군도 1회전 토카이대 이치하라 보요(東海大市原望洋) 전에서 14회를 완투한데 이어 이날도 2번째 투수로 등판하며 2경기 동안 286구의 공을 뿌렸다. 2번째 무승부 경기에서 193구를 던진 후쿠이공대 후쿠이의 스리이시 타츠야(摺石 達哉)군은 더 이상 팔을 돌릴 수 없다고 호소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에 고교야구연맹의 타케나카 사무국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지난 2015년부터 봄 지방대회, 메이지진구대회, 국민체육대회 등에서 실시되고 있는 “타이 브레이크(승부치기) 제도를 고시엔에 도입하는 것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물론 당장 올해 도입되는 것은 아니고 선수 보호의 문제와 무승부도 치열한 경기의 결과라는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50 대 50으로 갈려 있는 상황. 실제로 타이브레이크가 도입되기 앞선 지난 2014년 9월 고교야구연맹이 회원 학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식 야구부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의 49.7%가 타이 브레이크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리하여 현재는 고시엔뿐 아니라 고시엔 진출과 연결되는 여름, 가을 지방대회에서도 타이 브레이크는 실시되지 않고 있다. 

이날 중계를 맡은 NHK의 한 아나운서는 “역사에 남을 하루가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과연 2017년 3월 26일에 일어난 2경기 연속 15회 무승부는 타이 브레이크 제도가 고시엔 대회에 도입되는 역사의 계기로 새겨질 수 있을까?

(참고) 역대 고시엔 재경기

1934년 봄 교에이(享栄商) vs 나미쇼(浪華商) (※ 연장 15회 일몰로 인한 재경기)

1958년 여름 도쿠시마(徳島商) vs 우오즈 (魚津)

1962년 봄 사쿠신가쿠엔(作新学院) vs 하치만(八幡商)

1964년 여름 가케가와니시(掛川西) vs 야쓰시로(八代東)

1969년 여름 마쓰야마(松山商) vs 미사와(三沢)

2003년 봄 도요다이히메지(東洋大姫路) vs 하나사키도쿠하루(花咲徳栄)

2006년 봄 와세다(早稲田実) vs 간사이(関西)

2006년 여름 와세다(早稲田実) vs 코마다이 토마코마이(駒大苫小牧)

2007년 여름 사가키타(佐賀北) vs 야마다(宇治山田商)

2008년 봄 헤이안(平安) vs 가고시마(鹿児島工)

2014년 봄 키류다이이치(桐生第一) vs 히로시마신죠(広島新庄)

2017년 봄 후쿠오카대 부속 오호리(福岡大大濠) vs 시카가쿠엔(滋賀学園)

2017년 봄 후쿠이(福井工大福井) vs 켄다이타카사키(健大高崎)

글, 사진 | 김범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