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사과다워야 한다

사과는 사과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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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Faker at the Madison Square Garden.

ATHLETE

사과는 사과다워야 한다

당대 최고의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이 6일 진행한 개인방송 후폭풍이 거세다. 방송 플랫폼 트위치TV에 ‘이상혁 채널’이 개설되자마자 구독자 수가 7만명을 돌파했으며 방송을 시작한 이후에는 24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최대 동시 시청자 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 이후 팬들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비판과 비난 일색이었다. 이상혁의 잘못? 전혀 아니다.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이날 방송은 이상혁의 개인화면이 직접 트위치TV와 연결되어 송출된 것이 아니다. 이상혁의 소속팀인 SK텔레콤 T1과 방송관련 기획 및 제작 계약을 맺은 e스포츠엔터테인먼트 그룹 콩두컴퍼니가 영어 동시통역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이상혁의 화면이 콩두컴퍼니를 한번 거쳐가는 이원중계 형태로 방송이 진행됐다. 때문에 시간 딜레이, 화질 저하, 채널이 다수의 시청자를 감당하지 못해 자주 끊기는 등에 문제가 일었다. 

특히 가장 크게 비난받은 부분은 영어 동시 통역자가 이상혁과 팬들의 소통을 가로막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는 점이다. 이상혁의 세계적 인지도로 인해 해외팬들이 많이 몰릴 것을 대비한 콩두컴퍼니는 통역 담당자를 배치해뒀지만 결국 선수와 팬의 소통이라는 개인방송 최고의 장점을 내팽개쳐버린 꼴이 됐다. 결국 이런 문제들을 참지 못하고 방송을 빠져나가는 시청자들을 보며 이상혁이 “내가 못해서 팬들이 나가는 것 같다”고 자책하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을 타자 비난 여론은 더욱 커졌다. 

어쨌든 사태는 터졌고 수습이 중요했다. 콩두컴퍼니는 사고가 발생한지 3일만에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사과문에서 콩두컴퍼니는 이중 송출로 인한 선수와 팬의 직접 소통을 방해한 점, 통역 담당 인력의 부적절한 방송 태도, 송출 도중 발생한 렉 현상과 송출 딜레이를 언급하며 팬들과 SK텔레콤 T1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아직도 팬들의 비난 여론은 들끓고 있다. 왜일까? 

사과는 사과답게 해야한다. 특히나 이런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하나의 기업이라면 벌어진 사태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설명하고 뚜렷한 개선의 방향과 방법을 팬들에게 분명히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수백번의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보다 중요한 사과문의 알맹이다. 하지만 콩두컴퍼니의 사과문은 요지가 없다. 두루뭉술한 변명 일색이다. 

팬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통역의 자질 문제다. 방송이 끝난 후 팬들이 찾아낸 ‘해당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잘 알지 못해도 여자면 가능하다’는 식의 콩두컴퍼니의 통역 구인 공고가 공개되면서 그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통역을 하는 부분에 대한 통역사의 배경 지식은 필수적이다. 스킬과 아이템등 관련 용어가 끊임없이 나올 수 밖에 없는 e스포츠의 경우 더욱 그렇다. 콩두컴퍼니는 이에 대해 ‘이번 방송과는 상관없이 자사의 중국 여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필요한 인력을 모집하기 위한 공고였다. 이상혁의 방송 통역은 게임을 잘 아는 사람으로 성별과 무관하게 선발해 배치했다’고 해명했지만 기초적인 용어조차 시청자들에게 전달하지 못했던 방송 당시 통역의 모습을 본 팬들에게 이 변명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또한 콩두컴퍼니는 이중송출 방식에 대해 ‘새로운 시스템을 찾아 개선하겠다’라고 밝혔는데 해외팬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어떻게든 채팅과 자막이라도 맡아 ‘페이커’란 끈을 잡고 있으려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단순하게 접근해야 한다. 다른 스트리머들처럼 선수가 플랫폼을 통해 직접 개인화면을 송출해주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가장 쾌적한 방송을 제공하는 방법이다. 중간에 누군가가 손을 댈수록 선수와 시청자간의 소통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그 불편함은 온전히 시청자의 몫으로 다가온다. 

이런 논란 속에서 SK텔레콤 T1의 최병훈 감독이 팬들에게 ‘우리도 그런 부분은 전달 받은 적이 없다’며 이중 송출 방식과 통역을 전면 중단하기로 선언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e스포츠의 마이클 조던’이라고까지 불리는 이상혁의 방송이 ‘기대감’으로 시작해 ‘처참함’으로 끝이 난 점. 그것이 이상혁 개인의 문제가 아닌 방송을 도와주겠다는 명목으로 접근한 이익집단의 행태로부터 시작됐다는 점에서 콩두컴퍼니를 향한 팬들의 비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족한 역량으로 욕심만 채우려 하는 것은 다수를 기만하는 행위다. 팬들이 바라는 사과의 방법은 단 하나, 이상혁 아니 SK텔레콤 T1 선수들의 방송에서 콩두컴퍼니가 완전히 손을 떼주는 것뿐이다. 이것이 콩두컴퍼니가 팬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그리고 진정한 사과가 될 것이다.

Editor Kim Ji 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