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냄새 확실히 맡은 페예노르트

우승 냄새 확실히 맡은 페예노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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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ro

ATHLETE

우승 냄새 확실히 맡은 페예노르트

18년간 멈춰있던 로테르담의 풍차에 순풍이 불고있다. 페예노르트가 현재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이다. 에레디비지에 자체가 아약스, PSV 아인트호벤, 페예노르트 세 팀이 1~3위를 나눠먹는 인식이 강한 리그이다. 허나 페예노르트의 리그 우승 기록은 18년 전인 1998-1999 시즌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후로 에레디비지에 챔피언은 아약스와 PSV 아인트호벤의 몫이었고 페예노르트의 자리는 없었다. 모진 풍파를 견디면서 에레디비지에 대권 자리만 만지작거리던 페예노르트가 드디어 21세기 첫 리그 우승에 한발짝 다가서게 되었다.

페예노르트의 기세는 처음부터 무서웠다. 리그가 시작하자마자 9연승을 달렸다. 숙명의 라이벌인 아약스와의 무승부를 시작으로 201611월까지 기세가 다소 주춤했지만 이후로 다시 한번 리그 연승 행진에 불을 붙였다. 떨어질 팀은 떨어지는 것이냐는 찰나에 극적인 반전을 일으킨 성과이다. 이는 페예노르트 감독인 히오바니 판 브롱크호르스트의 경이로운 능력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

페예노르트에서 축구 인생을 시작한 판 브롱크호르스트 감독은 네덜란드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적인 왼쪽 풀백이다. 그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조국을 준우승으로 이끈 뒤 선수생활을 은퇴했고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코치로 지도자생활을 시작했다. 1년이 지났을 무렵 당시 페예노르트 감독이자 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에버턴 감독인 로날드 쿠만의 부름을 받아 판 브롱크호르스트는 페예노르트의 수석코치로 임명됐다. 그 후 4년간의 수석코치를 거친 뒤 성적부진으로 경질된 프레드 루텐 감독의 뒤를 이어 2015-2016 시즌부터 페예노르트의 감독직을 맡았다. 감독 커리어 1년차에서 팀을 리그 3위로 이끌었고 네덜란드축구협회(KNVB)컵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리고 2년차인 2016-2017 시즌. 페예노르트는 리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서 있다. 판 브롱크호르스트는 될 성 부른 감독이었던 것이다.

판 브롱크호르스트 감독은 4-3-3 포메이션을 사용한다. 4-3-3 포메이션은 원톱 시스템인 만큼 스트라이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한데 페예노르트는 이 문제를 단돈 350만 유로(43억 원)에 해결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페예노르트로 합류한 니콜라 외르겐센이 문제의 정답이었다. 외르겐센은 전형적인 9번 공격수로 탁월한 골 결정력과 큰 키(190cm)를 살려 공격기회를 창출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는 올시즌 15, 8도움(이하 21R 기준)으로 리그에서 최다 득점과 최다 도움을 기록 중이다. 과거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던 실패한 공격수였지만 페예노르트로 이적해서 그야말로 환골탈태했다.

그렇다고 페예노르트의 공격루트가 외르겐센에게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페예노로트의 측면 공격수들도 기회가 생기면 과감하게 슈팅으로 연결한다. 엘리에로 엘리아(77도움), 옌스 투른스트라(67도움), 스티븐 베하이스(51도움)는 다른 공격수들 못지않게 뛰어난 득점 본능을 갖고있다. 여기서 주목할 선수는 투른스트라이다. 본래 중앙미드필더인 투른스트라는 시즌 초반 어깨 부상으로 전력을 이탈했던 엘리아의 측면 공격수 자리를 적절히 메워줬다. 로테이션을 여간해선 돌리지 않는 판 브롱크호르스트 감독 스타일에 투른스트라 같은 멀티플레이어의 존재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담당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엘리아가 복귀한 뒤로는 같이 측면 공격수로 나서거나 본인의 포지션인 중앙미드필더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2선에선 팀의 주장인 디르크 카윗의 활약이 돋보인다. 2015년 여름 친정팀 페예노르트로 복귀한 카윗은 올시즌 자신의 주 포지션인 측면 공격수에서 중앙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변경했는데 이것이 신의 한수였다.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고하고 활동량은 여전했고 필요한 상황에 골을 넣는 해결사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카윗과 함께 개인기와 드리블이 뛰어난 토니 빌헤나가 페예노르트 공격에 창의력을 불어넣어주고 중원지배력이 뛰어난 살림꾼이자 부주장인 카림 엘 아마디가 굳은 일을 해 줌으로써 자칫 공격적으로 치우칠 수 있는 중원에 균형을 잡아주고 있다.

화려한 공격력 탓에 페예노르트가 리그 최소 실점 팀이라는 점을 잊어버려선 안된다. 페예노르트의 주전 수비수들은 평균 나이 25살로 굉장히 젊은 수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오른쪽 풀백인 릭 칼스도프는 이제 겨우 21살이지만 이전 시즌부터 페예노르트의 오른쪽 수비라인을 지켜왔다. 그는 적극적인 오버래핑에 순도 높은 크로스로 공격에 힘도 실어주면서 상대팀의 역습 상황에서 적절하게 흐름을 끊는 능력도 뛰어나다. 칼스도프는 외르겐센과 함께 리그와 컵대회를 포함해 전경기에 선발 출장하면서 체력도 검증됐다. 지금의 활약이 계속된다면 세계적인 빅클럽에서 활약하는 것도 시간문제이다. 벌써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조세 무리뉴 감독과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감독이 칼스도프에게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팀을 리그 우승으로 이끈다면 그에 대한 주가는 훨씬 더 치솟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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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 zuurbier twitter

공격은 관중을 부르고 수비는 승리를 부른다는 스포츠 격언이 있다. 화려한 공격보단 견고한 수비가 더 중요하단 소린데 지금의 페예노르트는 높은 관중 동원력과 더불어 승리까지 거두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있다. 그러나 거칠 것 없는 페예노르트도 위기 요소가 없진 않다. 페예노르트는 주전선수 의존도가 심하게 높다. 이는 주전선수가 부상으로 전력을 이탈할 시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올시즌 출전한 컵대회(UEFA 유로파리그, KNVB)에서 일찌감치 탈락한 페예노르트는 리그에만 집중할 수 있어 체력에 대한 부담은 덜겠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라이벌인 아약스(승점 49)PSV 아인트호벤(승점 46)가 페예노르트(승점 54)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한번의 패배도 용납할 수 없기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그게 바로 에레디비지에 우승의 길이다.

우리나라에선 송종국과 이천수가 몸담았던 팀으로 유명하지만 페예노르트는 본래 유럽에서 인정받는 명문 클럽이었다. 필자가 봤던 페예노르트는 정말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축구 클럽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우승은커녕 3위 자리도 신흥 강호인 AZ 알크마르와 FC 트벤테의 기세에 위태위태했다. 과거의 후광을 믿고 명문이라는 명함을 내미는 것은 잔혹한 현실부정이다. 18년간 명분으로 달았던 명문의 간판을 다시 되찾기엔 올해만큼 적절한 시기도 없을 것이다.

/Editor Choo Eun Che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