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의 미국 진출과 가능성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의 미국 진출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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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All-Star Event - Day One
라이엇게임즈 플리커

ATHLETE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의 미국 진출과 가능성

종교와 다를 바 없었다. 범인이 상상할 수 있는 플레이의 한계를 넘어선 묘수들로 협곡을 수놓았고 그를 신성시 여기는 많은 사람들은 이내 승리의 환희를 얻었다.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거짓말같이 등장해 판도를 바꿔냈다. 믿으면 이겼고 믿지 않아도 막연한 환상을 품을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결국 그는 모든 선수들의 우상이자 언젠가는 넘어야 할 거대한 산이 되었다. 그렇게 ‘매드라이프’ 홍민기는 e스포츠 씬에 절대적인 발자취를 남겼다.

30일, 자신의 선수 생활 1막을 오롯이 함께 한 CJ엔투스를 떠나 새로운 둥지를 찾던 홍민기의 이적 소식이 들렸다. 한국도 아닌 머나먼 미국 땅, 골드 코인 유나이티드로 합류한다는 것이 골자인데 오랜 시간 홍민기와 e스포츠를 지켜 본 팬들은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고 있음이 분명하다. 한때는 전 세계 모든 선수들을 자신의 발아래 두던 슈퍼스타가 한국과 상대적 수준차가 많이 나는 북미로, 게다가 챔피언십 시리즈도 아닌 2부에 해당하는 챌린저 시리즈로 이적한다는 자체가 ‘이 선수의 전성기는 아주 오래전 일이구나’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홍민기의 현재 폼은 온갖 상식을 깨내며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를 받던 시절에 비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CJ의 성적이 곤두박치자 팀의 맏형으로 감수해야 했던 비난들은 그의 멘탈도 함께 구렁텅이에 몰았다. 때문에 홍민기가 선택한 미국 진출은 양날의 검과 같은 성격을 가진다. 심신이 함께 망가져 버린 홍민기에게 새로운 분위기에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이어가게 해줄 활로로 작용할 수 있고 그대로 은퇴 수순을 밟을 수 있는 사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홍민기의 미국 진출은 긍정적인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해외 진출한 선수들이 가장 많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으로 꼽는 적응 부분에서 홍민기는 큰 고통을 겪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골드 코인 유나이티드의 코치를 맡고 있는 ‘로코도코’ 최윤섭은 한국에 리그 오브 레전드(LoL)가 태동하던 시기에 홍민기와 함께 MIG 프로스트 소속으로 각종 대회를 휩쓸고 다닌 1세대 프로게이머 출신이다. 때문에 경기 내의 성향은 물론 일상생활 면에서도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고 있다. 물론 선수 시절 불화설 등이 불거져 나오며 끝마무리가 좋지는 않았지만 홍민기의 이번 미국 진출도 최윤섭의 강한 설득이 배경이 되었다는 후문이다. 다년간의 북미 코치 생활을 통해 나름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최윤섭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준다면 홍민기가 단시간 내에 팀에 녹아드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이 밖에도 이번 시즌 골드 코인 유나이티드에 합류하게 된 ‘페닉스’ 김재훈도 홍민기와 인연이 있다. 홍민기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시절, CJ 숙소에서 그를 바라보며 프로게이머 데뷔를 꿈꿨던 연습생 김재훈은 이제 북미 생활의 경험 등을 바탕으로 옛 선배이자 우상이 명예 회복을 꾀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1부리그인 챔피언십에 향하지 않고 챌린저스에 우선 발을 담근 것도 좋은 모양새다. 한국과 경기력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긴 하나 북미 챔피언십 역시 타이트한 일정과 롤드컵을 향한 경쟁으로 그 밀도가 생각보다 높다. 기량 회복과 생활 등 전체적인 면에서 안정과 적응이 필요한 홍민기가 곧바로 뛰어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챌린저스에서는 보다 편안하게 플레이해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훨씬 더 성공적인 연착륙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본인이 버려야 할 부분도 있다. 리더, 맏형, 베테랑이기에 감수해야 했던 모든 감정과 책임감을 잊어야 한다. 그간 홍민기의 성적 추이를 보면 CJ 멤버들의 은퇴와 이적 등으로 어쩔 수 없이 팀의 리더를 맡게 된 시기와 기량이 하락하던 시기가 일치한다. 피지컬적인 면이 전성기 시절과는 확연히 차이날 만큼 떨어지기도 했으나 팀을 이끌고 가야한다는 경기 외부적 부담감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맏형으로써 팀 전체적인 방향을 고심하느라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은 가뜩이나 떨어지고 있던 성적에 가속도를 붙이는 꼴이 됐다. 그러나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골드 코인 유나이티드에서도 홍민기 만한 경력과 경험을 가진 선수는 없지만 그는 아직 북미 경기를 치러 보지도 않은 리그 신인이다. 신인의 자세,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세계 LoL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꿨던 ‘매라신’은 이제 북미로 향한다. 멋진 진출은 아니다. 기량 회복이 불가능해 보이는 선수가 어쩔 수 없이 고른 선택지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홍민기가 LoL씬 역대 최고 선수 반열에 항상 꼽혀오는 이유를 잊어선 곤란하다. 그는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얘기했던 것들을 가능케 만들어 눈앞에 펼쳐줬던 선수다. 이것이 홍민기의 명예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가 될 것이다.

/Editor Kim Ji Won